https://youtu.be/TZJTTSvOH6E?si=EkSRjAR-dYY3zo36
1. 소행성 베누에서 발견된 유기물
첨단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우주 탐사부터 유전자 편집까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인류가 완벽히 파헤치지 못한 영역은 무수히 남아 있습니다. 블랙홀의 근원이나 심해 생태계의 비밀, 그리고 우주의 미스터리 신호처럼, 우리 지식을 넘어서는 현상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풀린 것보다 풀릴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은, 과학이 아직도 무한한 미지와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풀리지 않은 궁극의 수수께끼가 바로 ‘생명의 기원’입니다.
최근 소행성 베누(Bennu)에서 회수된 시료에서 아미노산과 유기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임무를 통해 채취된 이 소행성 물질에서 생명의 기본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은 ‘과연 생명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오랜 궁금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죠.
지구 밖 천체에서 생명의 구성 성분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베누처럼 비교적 원시적인 소행성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 연구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놓고 볼 때, 이번 기사는 생명의 기원과 관련된 여러 이론에 흥미로운 함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 생명의 기원: 대표적인 설과 그 근거들
생명이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과학자들은 여러 이론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관측과 실험적 증거를 쌓아왔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설을 살펴보겠습니다.
(1) 화학 진화(원시 지구) 가설
- 주요 내용
- 약 40~45억 년 전의 지구는 아주 뜨겁고 격렬한 화산 활동, 번개, 강렬한 자외선 등이 존재하는 ‘원시 지구’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 오파린(A.I. Oparin)과 홀데인(J.B.S. Haldane)은 “원시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서 단순 유기물이 점진적으로 복합 분자를 형성했고, 이 중 일부가 원시 생명체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 근거
- 밀러-유리(Miller-Urey) 실험(1953): 메탄, 암모니아, 수소, 물 등으로 구성된 원시 지구 대기 가정 하에, 전기 방전을 가했더니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질이 생성됨을 보여줬습니다. 단순 분자에서 복합 유기물(아미노산)로 이어지는 실질적 경로를 실험으로 최초 입증했다는 점에서 밀러-유리 실험은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습니다.
- 이후 다양한 실험에서 고압·고온 환경 또는 자외선 등을 활용해 더 복잡한 유기물이 합성되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2) 열수 분출공(심해 열수) 기원설
- 주요 내용
- 깊은 바다의 열수 분출공(하이드로열벤트, Hydrothermal Vent) 에서 분출되는 풍부한 화학물과 열 에너지가 초기 생명 탄생의 ‘에너지원’과 ‘물질원’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바다 깊숙한 곳에서는 자외선 등 외부 방해가 적고,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발생하므로 생명에 필요한 화학적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고 추정합니다.
- 근거
- 현대에도 열수 분출공 주변에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미생물 군집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며, 지구 생명의 ‘원시 형태’를 보여주는 단서로 여겨집니다.
(3) 우주 기원설(판스퍼미아, Panspermia)
- 주요 내용
- 생명의 씨앗 혹은 그 전구물질(아미노산, 유기물)이 우주 곳곳에 존재하며, 운석이나 혜성, 소행성을 통해 지구에 전파되었다는 이론입니다.
- 지구가 형성되던 시기에 잦은 충돌로 인해, 우주 물질이 지표면에 다량 공급되어 생명의 기원에 필요한 구성 요소들이 외부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 근거
- 실제로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다양한 아미노산이 발견되었습니다. 예컨대 1969년 호주 머치슨(Murchison) 운석, 2000년대 ALH84001 등 여러 운석에서 유기물이 검출되었습니다.
- 베누나 류구(Ryugu) 같은 소행성 샘플 분석에서도 아미노산을 포함한 복잡한 유기 분자가 확인되고 있어, 생명의 기원 물질이 우주적으로 널리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 점토 광물 기원설
- 주요 내용
- 점토와 같은 광물 표면이 유기 분자들이 결합하고 복제되는 데 발판이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광물 표면의 특정 구조나 결합자리(binding site)가 유기물 결합을 촉진하고, 자체적인 ‘촉매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 근거
- 실험실 연구에서, 점토 광물(예: 몬모릴로나이트)이 RNA 복제와 같은 과정에 중요한 촉매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 점토 광물은 원시 지구 시대부터 풍부하게 존재해왔기에, 원시 생명 탄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3. 베누 샘플 분석 기사가 시사하는 점
그렇다면, 최근 발표된 “베누에서 아미노산 및 유기물 검출” 기사는 위의 어떤 이론에 힘을 실어줄까요?
- 우주 기원설(판스퍼미아)의 가능성: 이번 발견은 판스퍼미아 이론의 핵심 전제인 “우주에서 생명 탄생에 필요한 재료가 확산되어 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줍니다. 소행성이나 혜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유기물이 지구의 초기 환경에 공급되어, 생명의 싹을 틔웠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화학 진화와의 연계: 사실 우주 기원설과 화학 진화 이론은 서로 배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주에서 온 유기물(전구체)이 지구의 환경적 조건(화학 진화)과 결합해 최종적으로 생명이 탄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베누 샘플 분석은 “아미노산 및 복합 유기 분자가 우주 전체에 걸쳐 분포할 수 있으며, 지구 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특히 지구 초기의 불안정했던 환경에서 복잡한 유기물 합성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감안하면, 바깥에서 공급된 유기물이 생명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립니다.
4. 맺으며
소행성 베누에서 발견된 아미노산과 유기물 소식은 ‘생명의 기원’ 문제에 관한 오랜 논쟁을 다시금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우주의 광활한 공간 속에 이미 생명의 재료가 널리 퍼져 있다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의 어딘가에서도 생명이 싹텄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구 생명의 출발점 역시 “우주로부터 온 유기물”에 크게 의존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판스퍼미아 이론에 신빙성을 부여합니다.
물론 아직 “생명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화학 진화, 심해 열수 분출공, 점토 광물 등을 포함해 복합적인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베누의 발견은 그중에서도 ‘생명의 씨앗이 우주에서 왔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한층 뒷받침해주며,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곰곰이 품고 있는 물음,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아마도 과학의 발전과 함께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 오시리스-렉스 미션 관련 NASA 공식 웹사이트 https://www.nasa.gov/osiris-rex